드뎌 지방자치선거가 마쳤다. 이번 선거에는 정말 큰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해오던 여러가지 쟁점 이슈들에 대한 국민들의 중간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도 있고, 1995년 6월 27일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15년이 지나면서 이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성장해있는지도 가늠해볼 수 있는 그런 선거인 것이다. 하지만 이 때까지 지방자치 선거를 치르면서 겪는 동일한 현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낮은 투표율, 즉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었다.
이 무관심은 연령이 젊을수록 더 크게 작용하였다. 대부분 큰 이슈가 없는 한 50% 정도의 투표율을 보였고, 재보선의 경우는 25%대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런 저조한 투표율은 젊은 세대의 불참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들을 대신할 일꾼을 뽑고, 이 일꾼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또한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국민들이 이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정치인들을 일꾼으로 부릴 수 있는지 아니면 정치인들의 권력에 휘둘리게 되는지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선거 참여율이 낮을수록 국민들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자신들이 뽑은 일꾼들을 권력자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독재와 같은 권력을 휘두르거나, 무능하더라도 계속 집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오로지 그 정치인만의 잘못이 아니다. 이를 방조한 국민들의 잘못 또한 큰 것이다.
특히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몇가지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보수화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며, 이런 보수화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정운영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판을 낳게 할 수 있다. 또한 뽑히지 않아야 할 사람, 그리고 무능한 사람들을 제때 솎아내지 않을 경우 출마자들은 국민들의 여론보다 보수를 지향하는 정당이나 현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일꾼이 아닌 정당이나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치인들은 그 정책을 펼칠 때 젊은층의 욕구와 기대를 저버린 채 전혀 엉뚱한 정책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층에게 다가오고, 이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속으로 불평불만을 속으로 쌓아놓아도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한은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오늘 선거하러 아침에 투표장으로 가는데, 몇몇 안면이 있는 초등학생들이 날보며 말한다.
"아저씨, 00당은 뽑지 않아야 하는 거 알죠?"
이 말을 듣는 순간 참 어이없기도 하고, 도대체 아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모두 한 마디씩 하는데, 우리 아이들의 사회의식이 이렇게 높았나 싶은 것이 여간 신통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학급 분위기가 대부분 그렇다고 하는데, 정말 이걸 믿어야 할 지 ..하여간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데, 선거를 마친 후 저녁에 몇 몇 대학생들을 만났다. 무려 10명이나 모여있는데 그 중 두 명이 투표하였다고 한다. 도대체 오늘 무얼했냐고 물었더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연인들끼리 친구끼리 놀다왔다고 한다. 그리고 곧 기말고사이기 때문에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다 한다. 필자도 오늘 투표하러 9시경에 투표소에 갔는데, 50여명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20대는 한 명도 보질 못한 것 같다. 오후들어서는 좀 있었다고 하던데, 그 수 역시 아주 빈약하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부산의 투표율이 49.5%로 대구 다음으로 낮았다. 전국 2위다. 위에서가 아니라 밑에서 2위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부산의 상황이 어떤가? 모든 면에서 최하를 달리고 있는 것이 부산의 실정이다. 현 시장이 6년을 집권하여 시정을 이끌었는데, 그 결과는 사실 참담하다 못해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절망적인 결과의 가장 큰 피해자는 20대와 30대라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부산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지 않은가? 매면 2-3만명이 부산을 떠나고 있고, 전국에서 노령화가 제일 빨리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가 부산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이번 선거에서 20-30대는 제 목소리를 선거를 통해 냈어야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주권을 포기하였다. 더 이상 무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번 허남식 현 시장이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아 재 출마한다는 사실에 정말 치를 떨었다. 한나라당이 얼마나 부산시를 무시하고 있었으면, 이렇게 실패한 시장, 그 무능함이 검증된 사람을 또 다시 내세웠을까? 그래도 부산은 한나라당이 된다는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이 이런 무시를 당하는 이유는 바로 주권을 행사해야 할 인물들이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기에 오는 결과인 것이다.
오늘 밤 어떤 결과가 될 지 모르겠다. 그저 나로서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누가 되던지, 우리 부산시민들 모두 정치인들에게 휘둘리는 시민들이 아니라 정치인들을 부리는 진정한 민주국가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길 정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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