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부산토박이입니다. 전 부산이 참 좋습니다. 부산사람이라는게 자랑스럽고 행운입니다. 대학을 서울로 가려고도 했으나 어쩌다 부산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미련이 남지 않습니다. 대학공부를 마치고 서울에 취직이 되었는데 왠지 부산으로 다시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친언니가 서울에서 살고 있어 집 걱정이 된 것도 아닌데 말이죠. 후회하지 않습니다. 단지 '서울'이라는 이유로 그곳에 머물고 싶진 않았습니다.
남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 일단 서울로 가야 시야가 넓어지고 배우는게 많다.
- 서울 가야 좋은 대학 나온 멋진 신랑감 만날 수 있다.
- 서울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니 서울에 가야 큰 사람이 클 수 있다.
등등등. 서울 좋은걸 왜 모르겠냐만은 저는 이제 서울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친척이 없어서일까요? 친구가 없어서 일까요?
부산이 좋은 이유, 몇가지 생각나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답답합니다.
부산은 3호선으로 이루어진 지하철이 서울은 9호선, 아니 호선이 나와있지 않은 지하철까지 합하면 엄청납니다. 게다가 같은 호선이라도 목적지가 다르고 경유하는 곳이 달라 지하철을 탈때마다 애가 이만저만 쓰이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환승은 거의 필수인거 같드라구요. 부산은 3호선이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일역 '서면'을 기점으로 환승하면 되었는데 서울은 그게 아닙니다. 일단 지하철 타면 잠 한숨 자기는 커녕 지하철 노선도 보고 환승역부터 찾아야 합니다. 서울사람들조차 지하철은 '눈 크게 뜨고' 탄다고 하더군요.
일단 타도 문제입니다. 사람이 많으니 서서 이동할때가 거의 대부분이죠. 힘듭니다.
지하철이 어렵다고 버스를 탈 순 더더욱이 없습니다. 서울은 교통수단이용이 너무 어렵습니다.
2. 서울사람들은 경계가 심합니다.
개인화, 소가족화로 인해 낯선사람들과 거리를 두게되는 것은 시대적변화일지 모릅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서울에서는 '저기요~'하고 물어보는 순간 마치 '도를 아십니까'하는 사이비 종교인이 된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낍니다. 묘한 기분과 함께 얻고 싶은 답고 얻질 못하고 기분만 상합니다. 그냥 이상한 척 쳐다보며 휑하니 가버립니다. 아니, 누가 잡아먹습니까? 그냥 길 좀 알려달라는건데 말이죠. 무서워진 세상을 탓해야 할지, 경계가 유독 심한 서울 사람들을 탓해야 할지요?
3. 부산은 자연경관이 참 훌륭합니다.
부산에는 광안리, 해운대, 송정, 송도, 다대포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참 많습니다. 관광지에 가기가 힘들다면 가까운 산에 올라가기만 해도 바다가 보이고 산도 보입니다. 피곤에 지친 일상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씻겨나갑니다. 바다만 있나요? 산성도 있고 온천도 있습니다. 건물들은 서울만큼 높지 않으며 빼곡하지도 않습니다. 요즘에는 공공디자인사업에 중점을 두어 진행하다보니 건물들의 모습이 도시와 참 잘 어울립니다.
4. 부산의 바다바람은 춥지 않습니다.
서울은 겨울이 되면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 사람들이 목도리, 마스크, 장갑 등으로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다니더라구요. 부산은 서울만큼 춥지 않습니다. 바다바람이 불어오면 옷깃을 여며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긴 하지만, 바다 특유의 비린내가 살갑게 느껴집니다. 서울바람은 그렇지 않죠. 서울에서는 외출 후 집에 와 코를 풀면 먼지가 가득 나온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저는 부산이 참 좋습니다. 제가 야망이 없어서, 안주하고 싶어서 부산에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부산에도 꿈이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부산에서 천천히 성장해 가고 싶습니다. 서울로 꼭 상경해야만 하는 특별하고 긴급한 일이 생기진 않고선 내고장, 부산을 계속 사랑하며 머물려고 합니다. 아직 안 가본 곳도 엄청 많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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